.

  • 2017-06-15 16:07:59
  • HIT : 235


2만 원짜리 김치찌개의 행복


저는 아직도 대학 시절 중 먹어 보았던 안주 중 맛있는 걸 꼽으라면 '낭풍'이라는 곳의 김치찌개가 떠오릅니다. 2만원 안되는 가격이었는데, 아주 큰 돼지고기가 들어있어 있었는데, 그것을 크게 잘라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않았고, 밥에다가 말아서 먹으면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거기에 맛있는 소주 한 잔은 꿀같은 덤이었습니다)


사실 2만원하는 김치찌개도 비싼 편에 속하는 편입니다. 그저 식사용으로 나오는 김치찌개는 조금 저렴하면 4000-5000원, 평범하면 6000원, 조금 비싸다 싶으면 7000-8000원에서 대부분의 가격대가 형성이 되니까요.






50만원짜리 김치찌개의 고급스러움


사실 오늘 이야기 해볼 거리는 50만원짜리의 가상의 김치찌개 입니다. 가격이 50만원하는 김치찌개는 어떤 김치찌개일까요. 아마도 5천원짜리 김치찌개와 비교해보면 정말 좋은 재료들이 들어갔을 겁니다. 고기도 최고급 돼지고기에 소고기도 풍성하게 넣고, 육류 뿐 아니라 값비싼 해산물까지 들어간 김치찌개. 사실 그래도 50만원을 넘기긴 힘들 것 같습니다. 여기에 아주 값비싼 밑반찬과 고급스러운 식당의 분위기, 아주 친절하고도 깎듯한 직원들의 서비스 정도는 뒷받침 되어 주어야 김치찌개 한 그릇에 50만원 정도는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라면 이러한 김치찌개 한 번 먹어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한 번 정도만 먹어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정말 맛있게 먹겠지만, 일단 여러번 먹으러 가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습니다. 매일 세끼를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비싼 50만원짜리를 매일 먹었다가는 아마 경제적으로 일상 생활이 분명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번만 먹어보고 싶은 둘째 이유는 바로, 50만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맛있게 먹었지만, 얻은 효용에 비해 50만원은 너무 크고 비싸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한 끼로 우리가 건강해지고 맛있을 수 있는 최대 효용치를 100점으로 환산하면, 50만원짜리 김치찌개의 가격이 5천원짜리 김치찌개의 100라고 해서, 50만원짜리는 100점, 5천원짜리는 1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5천원짜리라도 충분히 만족하는 식사를 해왔기 때문이죠. 점수로 치자면 주관적일 수 있겠지만 아마도 60-80점 사이를 왔다갔다 할 것입니다.


50만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맛있게 먹었지만, 얻은 효용에 비해 50만원은 너무 크고 비싸다고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50만원 짜리라 하더라도 100점을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500만원짜리, 5000만원짜리 김치찌개의 점수를 생각한다면 50만원짜리 김치찌개도 100점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더 신선한 재료, 더 영양이 풍성한 재료, 더 값비싼 재료를 썼으니, 맛과 영양 면에서 5천원짜리 보다는 뛰어날 겁니다. 하지만 그 점수대는 90-95점 전후가 되지 않을까요. 가격은 100배이지만, 실제 효용의 차이는 10-15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가격의 높낮이에 따라 행복을 정한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잘 확인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보급형'이라 함은 5천원짜리 김치찌개처럼 기본적인 것들은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휴대폰, 차, 컴퓨터 등이 되겠죠. 그리고 '프리미엄'은 50만원짜리 김치찌개처럼 그 외에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물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이들의 스펙과는 조금 다릅니다. 50만원짜리 김치찌개의 마케팅은 이 조금의 객관적 간격을 크게 넓혀야 하기 때문이죠. 실상 휴대폰으로 하는 활동들은 보급형으로도 대부분 가능한 편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화면이 넓다던가, 화질이 조금 더 좋다던가, 다른 한 가지 기능은 보급형의 가치를 싸구려로 보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프리미엄'의 기능이 돋보이기 떄문이죠. 보급형으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영상을 볼 수 있지만, 더 넓은 화면으로 보지 못하는 '보급형 모델'은 싸구려로 보이는 것입니다.


보급형으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영상을 볼 수 있지만, 더 넓은 화면으로 보지 못하는 '보급형 모델'은 싸구려로 보이는 것입니다





유독 가격에 민감한 패션 분야의 소비자


휴대폰은 스펙이 자세하게 나와있고, 김치찌개도 집에서 많이 해먹어서 재료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자세히 알지만, 유독 패션은 이 제품이 좋은지 좋지 않은지 많은 소비자들이 잘 모릅니다. 그렇게 정보가 제한되어 있다보니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싸면 일단 안심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가격이 비싸면 좋습니다. 하지만 5천원짜리 김치찌개로도 충분히 일상생활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듯이, 패션도 그리 비싸지 않은 옷들로도 충분히 멋지게 입고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패션 분야에서는 그러한 믿음이 매우 빈약해 보입니다. 비싸지 않은 옷은 핏이 좋지 않고, 안감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마감이 꼼꼼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멋을 부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돼지고기가 최고급 고기가 아니고, 채소는 유기농이 아니기 때문에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을 수 없다는 논리처럼, 비싸지 않은 옷을 입으면 멋져질 수 없다는 이러한 논리는 패션에 지레 겁을 먹게 만듭니다. 그래서 차마 패션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여 하다가 일단은 유행을 따라 입어보자며 적당히 비싼 옷을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일반 사람들의 심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싸지 않은 옷에 대한 혐오가 결국에 패션에 대한 도전을 하지 않게 만들고, 적당히 가격이 비싸고 현재 미디어에서 유행하고 있는 옷만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비싸지 않은 옷에 대한 혐오의 맹점


비싼 음식을 먹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은 일상을 파괴합니다.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접하며 자신은 불행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돈이 많지 않은 이상 매끼 수 십만원 짜리를 먹을 수도 없는 것이죠. 몇 끼를 지독하게 굶어가면서 비싼 찌개를 한 번 먹고, 그리고 다시 굶는 식의 형태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가 바로 패션에서도 있습니다. 패션에서도 얼마든지 비싸지 않은 옷으로도 멋지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지만, 유독 패션에서는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의심이 많습니다. 핏, 소재, 안감,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고급화된 마케팅에 비싼 것이 지례 좋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이죠. 그래서 열심히 돈을 모아서 일단 이름있는 브랜드의 옷을 삽니다. 하지만 옷은 매일 입는 옷입니다. 하나의 옷만 샀다고 해서 멋있어 질 리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옷들은 최대한 아껴서 싸구려를 사고, 다시 그렇게 모은 돈으로 비싼 아이템을 구매하며 자신이 멋져진다고 생각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주변에서 패셔니스타들과 비슷하게 돈을 써도 멋져지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패션에 대한 잣대는 높지만, 정작 일상 생활에서 스스로 만족할 정도로 옷을 입으며, 멋지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비싸지 않은 옷에 대한 혐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천원짜리 음식으로도 얼마든지 일상 속에서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50만원짜리를 먹을지의 여부는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든지 비싸지 않은 옷들로도 멋지게 입을 수 있습니다.


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든지 비싸지 않은 옷들로도 멋지게 입을 수 있습니다.


댓글 수정

비밀번호

수정 취소

/ byte

댓글 입력

댓글달기이름비밀번호관리자답변보기

확인

/ byte


*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